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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상희 기자 = 한국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대(對) EU 연간 교역량이 약 47억 달러(약 5조452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업종 별로 명암이 엇갈린다.
지식경제부, 농림수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 EU교역규모(작년 기준)는 수출 584억 달러, 수입 400억 달러 등 총 984억 달러로 EU는 중국(1683억 달러)에 이은 제2의 교역국이다. .
EU의 국내총생산(GDP)이 16조6000억 달러(2007년 기준) 수준으로 미국(13조8000억 달러)을 능가하는 만큼 한-EU FTA가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은 상당하다.
업종별로는 자동차(완성차), 디지털가전, 섬유, 석유화학 등을 중심으로 EU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대(對)EU 무역수지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또 기계, 정밀화학 등은 수입선 대체효과로 인해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공산품에서 얻게 될 이득에 비해 농산품과 법률 등 서비스업에서는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자동차·전기전자·섬유…수혜업종
자동차는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대표업종으로 꼽힌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EU FTA 발효 시 대 EU 전체 공산품 수출액 중 18.5%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업계의 대 EU 수출이 최대 40%(약 3조5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국내 자동차 생산업체들이 유럽에서 현지생산을 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수출증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승용차 및 자동차 부품의 EU 수출은 각각 52억 달러, 24억 달러를 기록했다.
가서명 이후 공개된 협정문에 따르면 양측은 중대형차(1500cc 초과)에 대해 3년 내, 소형차(1500cc 이하)는 5년 내에 각각 관세를 철폐키로 했다. 관세 인하폭도 EU(10%)가 한국(8%)보다 더 크다.
자동차 부품업체들도 유럽시장 수출확대 및 생산물량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대 EU 수출의 20% 내외를 차지하는 자동차, 전기전자 등 고관세 품목들의 관세가 3년 내 철폐될 경우 한국산 제품은 일본, 중국 등 경쟁국 제품보다 10% 이상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품업체들은 그동안 현대, 기아차 등이 동유럽에 생산공장을 설립하면서 동반 진출하는 형식을 취해왔다. FTA가 체결되면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수출이 가능해진다.
전기전자도 대표적인 수혜업종이다. 관세철폐를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로 프리미엄 가전, 디스플레이, 전선, 변압기 중심으로 수출확대가 예상된다.
특히 디지털 가전산업은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된다. 컬러TV 등은 EU의 고관세(9∼14%)가 철폐돼 약 3억7000만 달러규모의 수출증대가 기대된다.
현재 4∼13% 관세율이 부과되는 섬유도 EU 수출 증대가 기대되고 석유화학도 소폭의 수출증가가 예상되는 업종이다. FTA가 발효되면 편직물 관세 8%는 즉시, 순모직물 관세 13%는 7년에 순차적으로 철폐돼 수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기계는 베어링, 밸브, 펌프 등 기계요소와 대형 머시닝 센터 등의 수입이 확대된다. 의약품·화장품 분야 역시 수입 확대가 예상되며 철강재는 이미 무관세 혜택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FTA에 따른 직접적 효과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농산품 최대 피해업종…15년 간 최대 2조8000억 원
농산품과 법률 등 서비스업에서는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한-EU FTA 발효 이후 향후 15년간 국내 농어업의 피해 규모는 최대 2조80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은 한-EU FTA 발효로 인한 농수산업 생산 감소액이 매년 조금씩 커져 15년 차에는 2481억∼3172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15년의 기간은 한·EU FTA에 따라 관세를 폐지하기로 한 품목에 대해 대부분 관세가 폐지되는 시점이다. 농산물과 수산물로 나눠보면 농산물이 2369억∼3060억 원이고, 수산물은 112억 원 수준이다.
특히 돼지고기, 쇠고기, 낙농품 등이 생산 감소액의 94%를 차지해 축산 분야에서 큰 피해가 예상된다. 94%를 차지해 사실상 대부분의 피해가 축산에 집중될 전망이다.
돼지고기의 경우 우리나라가 지난해에 EU로부터 수입한 금액은 4억 달러 가량으로 수입시장 점유율이 40%에 이른다. 이 가운데 냉동 삼겹살이 2억8000만 달러어치로 냉동 삼겹살 전체 수입물량의 83%를 EU산이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EU산 냉동 돼지고기에 붙는 25% 관세가 철폐되면 국내산의 절반 가격에 유통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기준량을 넘어선 수입량에 높은 관세를 물릴 수 있는 농산물 세이프가드(ASG)는 수입량이 미미한 냉장 삼겹살과 목살에만 적용키로 해 효과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2004년 한-칠레 FTA 체결 이후 국내 시장점유율이 위축(54%→51.3%)됐던 유럽산 와인시장도 커질 전망이다. 의약분야도 관세율 인하에 따른 약가인하 압력이 높아질 것이며, 국내 제약사는 특허분쟁에 따른 매출기회 상실과 비용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화장품업계 또한 유럽산 중저가 브랜드의 국내 수입 및 유통채널 확대로 시장잠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 통신, 환경, 에너지, 법률, 회계, 세무 등 서비스 부문도 국내업체들의 경쟁력이 떨어져 EU측의 시장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
한편, 정부는 한-EU FTA에 따른 국내 보완대책을 내년 1분기로 예정된 정식서명 이후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종합대책에 따르면, 농수산업 분야에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총 21조1000억 원을 투입해 직접적인 피해보전(1조3000억 원)과 경쟁력 강화(19조8000억 원) 지원에 사용하기로 했다.
또 제조업·서비스업 분야에 대해서는 무역조정지원제도를 통한 피해지원과 연구개발(R&D) 투자촉진·수출활성화 등 경쟁력 강화 지원을 병행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