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과 같은 사태가 발생한 원인은 무엇일까? ▲가전제품 작동 정지 ▲교통 대란 ▲수돗물 오염 ▲통신 두절 ▲강도, 절도 사건 빈발
정답은 정전이다. 지난 2003년 8월, 북미 지역에서 발생한 정전으로 인해 이러한 일들이 벌어졌다. 전기가 나가자 사람들은 TV, 컴퓨터,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전혀 사용할 수 없었고, 거리의 신호등이 모두 꺼지면서 도시는 극심한 교통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물론 지하철 운행도 전면 중단됐다. 정화 시설 펌프가 작동을 멈추는 바람에 가정의 수도꼭지에서는 오염된 물이 쏟아져 나왔고, 통화량 폭주로 유무선 통화 모두 크게 제한됐다. 또 정전을 틈탄 범죄가 기승을 부려 평소보다 훨씬 많은 강도,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정전 전(상)과 정전 후의 북미 대륙 위성 사진.
이처럼 정전은 엄청난 피해를 야기한다. 특히 병원, 은행, 군부대, 반도체 라인 등 주요 시설의 피해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래서 오죽하면 정전을 ‘도시의 실명(失明)’이라고 하겠는가.
하지만 이제 정전 걱정을 어느 정도 덜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가 정전이 발생했을 때 대용량의 전력을 긴급 공급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초전도 전력 저장장치’와 핵심 부품을 독자 개발했기 때문이다. 초전도 전력 저장장치란 일정 온도 아래에서는 전기 저항이 완전히 사라져 전류가 흘러도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초전도 현상을 이용해 전기를 저장하는 장치를 말한다.
한전 전력연구원은 최근 세계 최대 저장용량인 100kWh급 초전도 플라이휠 전력저장장치(SFES)의 핵심부품인 초전도 베어링을 개발했다. SFES는 거대한 원통을 무저항 상태로 회전시켜 전기 에너지를 회전운동 에너지로 저장해 놓는 장치. 미국과 일본은 2004년 5kWh급 SFES 개발에 성공했고, 우리나라도 2005년 개발 완료했다. SFES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은 베어링이다. 크고 무거운 원통을 지탱하면서 빠른 속도로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5kWh급 SFES의 초전도 베어링은 보통 200kg의 원통을 지탱하게 된다. 반면 이번에 전력연구원이 개발한 베어링은 최소 2톤 무게의 원통을 지탱하며 무저항 상태로 회전시킬 수 있어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5kWh급 '초전도 플라이휠 전력저장장치(SFES)' 내부 구조.
전기연구원도 1초에 1.03MW의 대용량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초전도 전력저장장치(SMES) 개발에 성공했다. SMES 기술의 핵심은 최대한 많은 전류가 흐르도록 코일을 설계하는 것. 전기연구원은 총 1.4km의 초전도 코일을 260바퀴씩 감아 만든 22개의 코일 꾸러미를 서로 결합하는 방식으로 기술 수준을 높였다. 이 장치를 이용하면 낙뢰가 발생하거나 대용량 전기설비 가동으로 주변 기기들의 전압이 급격이 떨어질 때 즉각 대처할 수 있다.
한편 산업자원부는 SMES 개발을 위해 지난 2004년부터 올해까지 총 51억 원을 지원했으며, SFES 개발을 위해서는 2010년까지 모두 225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